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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이 오랜만에 쓰는 글

삶이 바빠지면 블로그에 쓰고 싶은 글이 많아지지만 쓸 시간은 없고, 삶이 게을러지면 쓸 시간은 넘쳐나지만 쓰고 싶은 생각이 사라진다.

다행히 이번에는 지난번에 낸 논문 리뷰 기간 동안 블로그에 쓰고 싶은 글들이 많이 생겼는데, 리뷰 기간이 끝나자 약간의 여유가 생겨서 글을 쓰게 됐다. 최근 학교 동아리 친구와 밥을 먹으면서 블로그에 대한 얘기를 나눴던 것도 글을 쓰고 싶어진 것에 한 몫 했다. 본인을 솔직하게 성찰하는 글이 굉장히 인상깊게 느껴졌고, 나 또한 그런 글을 쓰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동아리를 하면서 전에 없이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사실상 입학 후 첫 학기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만난 학기 같다) 다양한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삶의 방식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내가 만나던 사람들은 대부분 중고등학교 친구들처럼 나와 삶의 방식이 비슷한 종류의 사람들이었고, 아니면 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정도로 친해지지 않았던 비즈니스 관계(?)가 대부분이어서, 이런 새로운 만남은 마치 먼 외국으로 여행을 와서 시장을 구경할 때처럼 처음 보는 것들로 가득한 체험이었다.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좋아하지만, 술자리나 친목 활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술자리에서 술로 친해지고, 딱히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가는 과정이 너무 재미없었다. 처음에 만나면 뭐 과는 어딘지, 수업은 어떤 거 듣는지, 자취하는지, 본가는 어디인지... 정해진 레퍼토리마냥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없게 느껴졌고, 취미 이야기로 넘어가도 별로 공감대가 없었다. 한국 노래도 안 듣고, 스포츠도 안 보고, 드라마나 예능도 안 보고, 연예인도 모르다 보니 같이 이야기할 만할 거리가 참 적다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둘이나 셋이면 좀 더 편하게,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그런 자리는 정말 좋아했다.

정말 감사하게도 최근에 동아리에서 생일 축하를 받았는데 (학교 들어와서 처음이었는데 감동적이었다ㅜ), 롤링 페이퍼에서 '편하게 해주는 사람', '재미있게 대화했다'고 평가해준 분들이 계셔서 정말 그런가? 하고 생각을 조금 해보았다. 왜냐면 나는 대화 자리에 나가면 별로 말없이 조용하게 있으니까.. 그런데 그와 관련해서 최근에 재미있는 글을 봤는데, 그 글에서 전달하는 메시지가 마음에 들어서 옮겨본다. 그 글은 대화는 '내가 세상을 보고 있는 방식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대화는 서로 공통 관심사를 찾을 때까지 탐색전(!)을 펼치고 열심히 거기 도달해서 그것만 신나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그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그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듣고, 또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들려주는 그런 세계관 공유의 장이라는 것이다. 듣고 보니 참으로 맞는 설명인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한 대화들도 모두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경우인 것 같다. 나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줬던 분들은 모두 그런 대화를 나눴던 분들이었다. 술자리에 나가면 재미없다고 생각했던 것도 (내 기준) 재미있는 대화가 아니라 뭔가 피상적인, 세계관을 나누는 게 아니라 그냥 화제거리를 얘기하는 그런 대화가 많아서 그랬다고 생각한다. 물론 거기서 몇번 더 보거나 따로 나가거나 하면 내가 원하는 대화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거기까지 버티는 것이 좀 힘들었던 것 같다.

아, 그런데 세계관을 공유하는 대화를 하려면 사실 중요한 전제가 있다. 대화 상대에게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지 않으면 상대가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에 관한 (거창한 게 아니라, 그냥 무엇을 재미있다고 느끼고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같은 것들) 질문도 나오지 않고 피상적인 것만 물어보다가 끝난다. 그래서 대화를 재미있게 했던 사람들은 뭔가 특이하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함을 유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실 술자리에서도 충분히 그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사람이 많으면 말을 잘 못 꺼내긴 하지만, 그래도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호기심이 있었다면 이런 세계관 공유의 대화로 이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도 생각해본다. 부족했던 것은 공통의 화제가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아니었을까.. 

가져온 글에서는 즐거운 대화를 위해서는 관심사가 꼭 같을 필요가 없고, 오히려 다르면 상대방의 생각을 더 많이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좋다고 말한다. 다음부터는 이런 마음가짐으로, 상대에 대해 좀 더 호기심을 가지고 대화를 나눠보려고 해야겠다.

쓰다보니 서론이 길어졌는데.. 원래는 그래서 내가 어떤 세계관을 만났고 얻었는지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나중에!

 

 

 

그리고 최근에 본 재미있는 영상도 소개한다.

불만족에 대한 쿠르게작트의 영상인데 이번에 한국어판이 나왔다.

옛날에 이거 봤을 땐 감사일기도 열심히 쓰고 그랬는데.. 어느새부턴가 안 쓰고 있다.

다시 봐도 좋은 영상이고 꼭 감사일기를 쓰지 않더라도 평소에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

https://www.youtube.com/watch?v=kMEO5pDwkH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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