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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중력이 약한 편이다.

쉬운 일, 숙달된 일은 잘 진행하지만, 일을 하다가 막히는 순간이나 높은 집중력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금방 일을 그만두고 딴짓을 한다.

뇌가 처리하는 양이 특정 선을 넘으면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보통 볼 것도 없으면서 폰을 켜고 카톡을 확인하고, 별로 재미도 없는 유튜브를 보거나, 만화를 보거나, 친구한테 '롤ㄱ?' 메시지를 보내곤 한다.

그런 경험을 반복하다보니 점점 습관이 되어 뇌가 조금만 고통받으면 금새 도피하게 되어 버렸다.
(e.g. 논문 읽다가 이해할 수 없는 수식이 튀어나올 때, 검색하다 막혀서 자료를 찾아보니 죄다 영어일 때, 블로그 글을 쓰다가 막힐 때 등..) 

 

그렇지만 그 순간을 견뎌내고 일을 계속해나갈 때가 있는데, 바로 일의 마감이 코앞에 있을 때다.

내일이 시험인데 시험 시작까지 8시간이 남았고 4 챕터를 더 읽어야 한다고 하자.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몇 번이고 찾아오지만 계속 공부하게 된다.
그래서 학교를 다니면서 시험 전날에는 매일 밤을 샜다. (사실 2시간 정도 잤다)
3일 연속 시험이 있어서 3일간 밤을 샌 적도 있다.
지금은 몸이 노화해서 그렇게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지만ㅋㅋㅋ

아무래도 뇌가 눈앞의 일에서 도망침으로써 얻는 쾌락보다 도피함으로써 생기는 불안감이 더 크면 계속 공부했던 것 같다.
그림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데드라인이 다가올수록 '일을 못 끝내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 커진다 (보라색 선)
특정 시점부터 그 불안감이 도망감으로써 얻는 쾌락을 넘게 된다. (선이 교차하는 지점)

아무튼 마감 직전에는 불안해져서 도망치지 않게 되니까 일의 효율성이 급격히 증가한다.
평소라면 금방 그만뒀을 지점에서도 계속 일을 하게 되니까 그렇다.

그래서 매번 '하루만, 일주일만 더 있었다면 훨씬 더 잘했을 텐데..' 하고 생각한다.
물론 그래도 데드라인이 밀린 걸 미리 알아버리면 또 늦게 시작해서 의미가 없어지지만..ㅋㅋ


왜 이렇게 하게 됐을까? 생각해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일찍 시작해도 결국 마감 직전까지 하게 돼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늦게 시작하는 것이다.

변명같기는 하지만, 일찍 시작하면 개선할 부분이 계속해서 보인다. 퀴즈, 시험 대비 공부라 하면 부족한 배경지식이 계속보여서 그걸 보느라 결국 마감 직전까지 하게 된다.
예를 들어 글쓰기나 실험 보고서 같은 과제가 있으면 항상 쓸데없이(?) 길게 써오곤 했었다.

사실 그런 것들은 굳이 안해도 80% 정도 수준의 완성물이 나오는데, 20%를 채우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이다.

할 일이 하나만 있으면 상관없겠지만 보통은 할 일이 동시에 주어지니, 그냥 output이 최대가 되는 것보다 시간 대비 output이 최대가 되는 게 낫지 않은가?

그래서 나중에는 어차피 마감까지 시간을 투자하기 때문에, 일부러 시작하는 시점을 늦춰서 효율적으로 끝내는 방식을 썼다.

글이 심심해서 넣어본 이미지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는게 습관이 되어서 미룰 수 있는 일은 거의 다 마감 직전까지 미루게 되었다는 것이다.

딱히 다른 할 일이 없어도 과제를 미루고 롤을 한다든가 하면서, 어디까지 미뤄도 끝마칠 수 있는지 나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는 했다.

물론 이렇게 하니 과제를 어떻게든 끝내더라도 정신적으로 고통받으면서 미리 할 걸 후회를 많이 했다. 그리고 촉박하게 하다보니 마무리도 아쉬운 경우가 많았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어도 훨씬 결과물을 더 좋게 만들 수 있을 텐데..

그렇지만 이 방식이 습관화되다 보니 일찍 시작해도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데드라인의 촉박함과 불안한 마음에 의지하여 일을 하다보니 그게 없을 때는 너무나도 쉽게 일에서 도망쳤다.

그리고 더 치명적인 것은 세상에는 데드라인이 없는 일도 있는데, 이것들을 무한히 미루게 된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를 성장시키는 일들(건강, 자기관리, 외국어, 악기 등..)을 외면하게 된다.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괜찮겠지..', '나중에 할 기회가 있겠지'.. 하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일을 미리미리 잘 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데드라인을 앞당기는 것이다.
예컨데 마감이 7일이 남았으면 데드라인을 3일로 잡는다.
그렇지만 사람의 뇌는 (적어도 내 뇌는) 간사해서, 3일로 잡더라도 7일의 여유가 있음을 안다. 그래서 데드라인을 넘어서도 기회가 있음을 알고 있어서, 이것은 효과를 보기 힘들다.

그래서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남에게 공언하기가 있다. 언제까지 이것을 하겠다고 남에게 공언하는 것이다. 논문을 읽고 언제 읽은 걸 정리해서 발표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일을 하게 된다. 물론 부작용은 그 과정에서 역시 스트레스를 받고, 실패할 경우 실제로 사람들을 실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본인이 잘 지키지 못할 것이라면 남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자발적 책임 전략'이라고도 부른다. 아래 더보기를 누르면 더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비슷한 방법으로 나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던져넣기가 있다. 헬스장 PT 등록, 과외 등이 이 부류라고 생각한다. 혼자 운동을 해서 안 할 것 같으면 PT를 등록해 정기적으로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다. 덤으로 돈이 아까워서라도 가게 되는 효과도 있다. 내가 그림 과외를 등록했던 이유 중 하나도 그림을 조금씩이라도 꾸준하게 그리기 위해서였던 것도 있다. 혼자 하다가 흥미가 떨어지거나 다른 일이 바빠지면 쉽게 놓아 버리기 때문에 과외를 받으면 과제를 하면서 최소한의 분량은 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근데 결국 이렇게 하면 일을 더 많이 할 수는 있지만, 마감에 의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여전하다. 제일 이상적인 것은 데드라인이 없더라도, 불안감이 없더라도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편에서는 이걸 어떻게 하는지 알아보겠다.

여기까지 쓴 지는 한참 됐는데 그 다음 글이 잘 안써져서 한번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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